의대생 2학기 복학 허용, 유급은 유지? 의사 국시 추가 시행 건의… 교육 정상화 향한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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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지속된 의정 갈등으로 파행을 겪던 의과대학 교육 현장에 중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총장들이 모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긴급 회의를 통해,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들의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파격적인 방안을 논의한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1학기 수업에 불참한 학생들의 2학기 복학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졸업반 학생들을 위한 의사 국가고시 추가 시행 건의까지 포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는 원칙을 고수해 온 정부와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복귀 명분을 살려주면서도, 학사 운영의 붕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결정이 얼어붙은 의정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의료 공백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사회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급은 유지, 복학은 허용: 딜레마 속 교육 정상화 방안
의총협이 내놓은 방안의 핵심은 '조건부 복귀'입니다. 총장들은 1학기 수업에 참여하지 않아 유급 대상이 된 약 8,300여 명의 학생들에 대한 행정 처분, 즉 '유급' 자체는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학사 운영의 원칙을 지키고, 그동안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해 온 소수의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한 비수도권 의대 총장은 "무조건 결단해서 (유급 대상 학생들을) 살리자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밝히며, 이번 결정이 원칙과 현실 사이의 어려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산물임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총장들은 이들이 2학기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1년 단위로 운영되는 의대 교육과정을 예외적으로 '학기제'로 전환하여, 1학기 과정을 이수하지 못했더라도 2학기 과정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이러한 결정의 가장 큰 목적은 '교육 정상화'입니다. 한 학년 전체가 집단 유급될 경우, 내년에 두 학년의 학생들이 동시에 수업을 들어야 하는 물리적, 공간적 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수년간 의대 교육과정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는 미래 의료 인력 수급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하여 장기적으로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총협은 유급 처분이라는 원칙적 명분은 살리되, 학기제 전환이라는 유연성을 발휘하여 학생들이 학습권을 이어가고 교육 현장이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는 정부와 대학이 함께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대의에 합의하고, 학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현실적인 출구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과 4학년의 현실적 난관: 의사 국시 추가 시행 건의 배경
이번 복귀 허용 방안에서 가장 큰 난관은 졸업을 앞둔 본과 4학년 학생들의 문제입니다. 다른 학년과 달리, 본과 3·4학년 학생들은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법적으로 최소 52주 이상의 임상 실습 교육을 이수해야만 합니다. 학생들이 당장 다음 달부터 복학하여 임상 실습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내년 초에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현재의 학사 일정대로라면 이들은 정상적인 2월 졸업이 아닌, 내년 8월에 졸업하는 '코스모스 졸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이는 곧 2025년에 배출될 신규 의사 인력에 막대한 공백이 발생함을 의미하며, 이는 전공의 이탈로 가중된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총협은 정부에 '의사 국가고시 추가 시행'을 공식적으로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즉, 8월에 졸업하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면허를 취득하고 의료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별도의 시험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원칙을 내세우며 국시 추가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40개 의과대학 총장 전체의 공식적인 건의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의 공백을 막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는 성격을 갖습니다. 총장들은 이를 통해 교육 정상화와 더불어 미래 의료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남은 과제와 전망: 정부 협의와 최종안 확정까지
의총협의 이번 결정은 아직 최종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이는 교육 현장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학 총장들의 통일된 '제안'이며, 실질적인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우선, 각 대학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이미 복귀하여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구하고 내부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칫 이번 조치가 원칙을 지킨 학생들에 대한 역차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논의와 소통을 통해 학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세부 시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가장 중요한 관문은 정부와의 협의입니다. 유급생의 학기제 복귀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이나 학칙 개정 승인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의사 국가고시 추가 시행은 보건복지부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정부가 그간 고수해 온 '법과 원칙'의 기조를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할지가 관건입니다. 의총협은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이르면 오는 23일 추가 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하고, 이를 정부에 공식 전달할 계획입니다. 한 의대 총장은 "아직 확정적으로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가능하면 빨리 다음 주에 확정하려고 한다"고 밝혀, 사안 해결에 대한 시급성과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제 공은 정부와 학생들에게로 넘어갔으며, 이들의 전향적인 태도와 결단이 의대 교육 정상화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망입니다.
마치며
전국 의과대학 총장들이 내놓은 '조건부 복귀 허용'과 '국시 추가 시행 건의'는 장기화된 의정 갈등 속에서 교육 현장의 완전한 붕괴를 막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자 고육지책입니다. 이는 학사 원칙을 지키려는 명분과 학생들의 미래 및 의료 공백 방지라는 현실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는 대학 사회의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번 제안이 단순한 미봉책을 넘어, 경색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화답과 정부의 전향적인 검토입니다. 학생들이 대학의 노력에 응답하여 배움의 장으로 복귀하고, 정부 또한 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관련 주체가 한발씩 물러나 진정성 있는 대화와 협의에 임함으로써, 의대 교육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본연의 길로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